[식품야사-32] 안녕하세요? 매일경제에서 식품 기업 취재를 담당하는 이덕주 기자입니다. 오늘은 식품·외식이면서도 동시에 ‘유통’ ‘물류’ ‘IT’ 영역에 속한 것에 대해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바로 배달(delivery) 얘기입니다.
***스포주의*** 삼남매 중 셋째 배달이가 햄버거 배달을 시켜서 왕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것이 이 책의 내용입니다. /사진 제공=버거킹

다음 중 배달이 불가능한 것은 무엇일까요? 여기서 배달이란 다음날 새벽이나 며칠 후 도착하는 배송(shipment)이 아닌 30분~1시간 내 도착하는 것을 말합니다.
 

1) 아메리카노 커피

2) 식빵

3) 막걸리

4) 붕어빵

5) 하기스 기저귀

6) 빙수
 

너무 쉽나요. 답은 3번입니다. 막걸리는 술만으로는 배달할 수 없고 음식을 시켜야 함께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맥주 소주 등 다른 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이처럼 많은 것을 배달로 집에서 주문해서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요. 사실 과거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배달해서 먹었던 것은 냉면이라고 합니다. 그러다 아마도 광복 이후부터로 자장면을 비롯한 중국음식이 배달음식의 대명사가 된 것 같습니다.
 

1977년 림스치킨을 시작으로 한국식 프랜차이즈 치킨이 시작되었습니다. 1988년 기사를 보면 이미 치킨을 집에 배달하는 것이 치킨전문점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피자의 경우 1980년대 후반 미국식 피자전문점들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배달을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배달음식의 3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중식·치킨·피자는 1980년대 후반에 이미 완성되었던 것입니다. 이후 배달음식 메뉴는 조금씩 확장되었습니다. 한식, 도시락, 보쌈, 족발, 햄버거 등 우리에게 배달음식들이 하나둘 추가되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배달대행업’이라는 것이 생겨났습니다.

원래 배달은 우리가 ‘배달원’이라고 하는 식당에 고용된 이륜차 배달원들이 하는 것이 보편적이었습니다. 철가방이라고 불리던 중국집 직원이 대표적입니다. 이 당시의 배달은 아래 그림처럼 이뤄졌습니다.
과거에는 배달 시장의 구조가 이렇게 심플했습니다. /사진 제공=외식산업연구원

그런데 배달을 하는 음식점들의 가장 큰 고민은 배달원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타는 배달원은 항상 사고 위험에 처해 있었고 배달 건수 자체가 많지 않은 식당일수록 배달원을 두는 것은 손해였습니다. 배달이 많지 않아도 고정적으로 월급을 줘야 했기 때문입니다. 배달 직원을 관리하고 이 사람이 나가면 새로운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것도 식당 주인들에게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래서 건당 2000원 정도 수수료를 받고 음식점의 배달을 대신해주는 업체가 2000년대 초반부터 생겼습니다.
 

이 같은 배달대행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첫째는 당연히 어느 정도 숫자의 배달원을 두는 것이고 둘째는 사무실에 앉아서 식당의 주문을 받은 후 배달원들에게 어느 식당에가서 음식을 받아 어느 집에 갖다줘야 하는지 연락을 돌리는 사장(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했습니다. 사장이 8개의 주문을 받았다면 이를 동선에 맞춰 4명의 직원들에게 2개씩 나눠줘야 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게의 주문을 한꺼번에 받아야 하는 배달원 입장에서는 A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고객이 있는 A’에게 전달해주고, 다시 B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 B’에 전달해주는 것보다는 근접해 있는 A, B의 음식을 차례대로 받은후 A’ B’로 전달해주면 훨씬 적은 시간에 2배의 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배달 자체가 점심시간, 저녁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떻게 동선을 짜는지는 배달원과 사장의 수익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사장의 역할은 이뿐이 아닙니다. 배달대행을 맡기려는 식당을 찾아가 영업을 하는 것도 사장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경우 배달은 아래 그림처럼 이뤄지게 됩니다.
 
배달대행과 배달앱이 등장하면서 배달시장은 복잡한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사진 제공=외식산업연구원

이런 배달대행회사의 경우 특정 지역을 관장하는 한 명의 사장이 있고 그 아래 여러 배달원들이 있는 식으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배달원들은 월급을 받는 직원이라기보다는 자기가 배달한 건당 돈을 받아가는 프리랜서 형태로 고용됩니다. 배달원들은 한 사장 아래에서 일하다가도 언제든지 다른 지역이나 다른 사장에게로 옮겨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 들어 등장한 스마트폰은 배달시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첫 번째는 배달앱의 등장입니다. 우리에게는 ‘배달의 민족(배민)’ ‘요기요’ 등으로 익숙한 앱입니다. 과거에는 식당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만 배달앱이 등장해 전화가 아닌 스마트폰 터치로 주문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또한 우리 지역에 있는 수십 개, 수백 개의 업체를 한눈에 보고 이 중에 원하는 것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해졌습니다. 이 같은 소위 O2O, 플랫폼 기업은 배달주문을 소수의 업체에 집중화시켰습니다.
 

두 번째로 배달대행에 IT가 접목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식당에 배달앱이나 전화로 주문이 들어오면 주인은 스마트폰이나 식당에서 운영하는 POS로 배달대행앱에 주문을 합니다. 과거처럼 배달대행회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주소를 불러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 주문은 다시 자동으로 배달원(이하 라이더)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배달대행앱에 뜹니다. 라이더는 여러 개의 주문 중에 자신이 최적화할 수 있는 동선에 있는 주문을 받아서 수익을 극대화합니다. 전화로 일일이 지시를 받는 것보다 앱을 통한 것이 속도나 정확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 ‘배달대행앱’을 만드는 회사가 이륜차 물류 회사로 발전했습니다. 배달앱이 직원을 두지 않고 수많은 식당들과 소비자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기업이 된 것처럼, 배달대행앱을 만드는 회사가 기존에 있던 지역별 배달대행회사와 그 밑에서 일하는 라이더들을 밑에 둔 플랫폼 회사가 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바로고’ ‘부릉(메쉬코리아)’ ‘생각대로’와 같은 회사들이 이런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입니다. 우리는 길거리에서 이런 로고를 단 오토바이를 많이 보게 되는데요. 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라이더는 사실 독립적인 사업자인 경우가 많고, 이들을 지휘하는 배달대행회사(배달대행지사) 사장님도 독립적인 사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바로고’나 ‘부릉’ 같은 배달대행앱을 통해 배달대행 콜을 받지만 꼭 바로고나 부릉을 사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처럼 IT의 발달로 플랫폼을 중심으로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들이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긱 이코노미(gig economy)’라고 합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데 배달시장도 이처럼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양한 개인들의 거래가 엄청난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맛집 배달대행 서비스가 등장했습니다. 이것은 ‘배민라이더스’나 ‘푸드플라이’같이 원래 배달을 하지 않는 식당의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는 배민이나 요기요 같은 배달앱에서 배달시장을 확대하고자 직접 운영하는 라이더 서비스입니다. 배달대행과는 무관하게 배달시장의 확대를 위해 배달앱 회사들이 소유한 이륜 물류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이런 설명은 사실 지금의 배달시장을 단순화한 것이고 실제로는 예전의 방식과 최신 방식이 뒤섞여 있습니다. 왜냐하면 배민과 요기요 등 배달앱이 엄청나게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직접 고용을 하는 식당이 있기 때문입니다. 맥도널드 같은 곳이 대표적입니다. 맥도널드는 라이더들을 모두 직접 고용하고 주문도 배달앱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체 앱을 통해서만 받고 있습니다.
 

또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가 성장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배달대행회사(지사)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왜냐하면 누군가 라이더와 식당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이는 그 지역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 가장 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달시장에 IT가 도입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수도권 등에서는 배달대행 플랫폼 회사들이 직접 라이더들을 관리하고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외 지역에서는 기존의 지역 배달대행회사가 지사 형태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맥도널드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2021년까지 국내에서 사용하는 바이크 1400여대 모두를 전기바이크로 교체합니다. /사진 제공=맥도널드

그렇다면 배달앱·배달대행을 사용하는 식당은 얼마나 될까요? 이는 외식업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
 

먼저 ‘배민’과 같은 배달앱을 보겠습니다. 2017년 외식업중앙회 통계에 따르면 한식은 2.5%, 중식은 12.2%가 식당 주인이 배달앱을 사용합니다. 사실 돌아보면 배달이 되는 가게보다는 안 되는 가게가 더 많기 때문에 당연한 숫자입니다. 반면 피자 햄버거 등은 47.2%가, 치킨은 28.4%가 배달앱을 사용합니다. 배달대행은 어떨까요? 한식은 2.4%, 중식은 2.1%입니다. 피자 햄버거 등은 27.2%, 치킨은 17.9%가 배달앱을 사용합니다. 위 비중은 서울 등 수도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한 결과이기 때문에 아마 수도권에 거주하시는 분들이 체감하는 배달 비중은 훨씬 높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배달시장은 배달앱과 배달대행 사용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먼저 배달앱 회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과 전화로 주문을 꺼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체 배달시장에서 배달앱의 비중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또한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는 데 드는 인건비가 늘어나고 이들을 관리하는 어려움이 커지면서 배달대행을 사용하는 식당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직원의 경우 배달직원을 두면서 초과주문에 대해서는 배달대행을 사용하는 방식도 보편적입니다.
 

이 같은 배달시장의 복잡한 구조는 음식을 먹는 소비자들에게도 영향이 큽니다. 점점 더 배달앱과 배달대행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구조를 알기 전에 저는 제가 주문한 치킨집에 전화를 걸어 ‘출발했나요?’ 하고 물어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는 그 치킨집이 배달대행을 쓴다면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또한 배달대행이 늘어나면서 배달서비스의 수준은 점차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금요일 밤이나 주말이면 배달시간이 1시간씩, 2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는 주문이 너무 많아서인 경우도 있지만 배달대행이 너무 많은 주문을 한번에 묶어서 배달해서인 경우도 있습니다. 재수없게 배달 동선의 마지막에 걸린 소비자는 차갑게 식은 피자나 치킨을 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배달대행 라이더들 입장에서는 한정된 크기의 배달용 박스에 여러 음식을 넣어서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피자처럼 부피가 큰 음식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비나 눈이 올 경우 활동하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확 줄어들기 때문에 이럴 경우 배달로 음식을 먹는 것은 더 어려워집니다.

그림과 같이 녹색, 빨간색, 보라색 배달 주문이 동시에 떴다면 어떤 주문을 잡아서 어떤 순서로 배달하는 것이 라이더 입장에서 최고의 동선일까요?

그렇다고 배달대행을 하는 라이더들이 편하거나 많은 돈을 벌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그들의 근무 형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배달 주문이 몰리는 것이 대부분 저녁시간(오후 5~12시)이기 때문에 이때 조금이라도 많은 주문을 받아야 합니다. 배달대행 비용은 현재 지역마다 다르지만 3000~4000원 정도 선인데요. 이를 가지고 적당한 수준의 수입을 얻으려면 하루에 최소 50건 이상의 배달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려면 운행할 때 3-4개씩 주문을 받아 한번에 배달해야 하는데 이러다 보면 신호위반을 비롯해 위험천만한 운전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점심시간은 주문 수는 적지만 활동하는 라이더들이 많아 ‘전투콜’이라고 부를 정도로 하나의 콜이라도 잡기 위해 라이더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라이더들의 가장 큰 부담은 높은 이륜차(오토바이) 보험료입니다. 퀵이나 배달대행의 경우 사고가 잦기 때문에 보험료가 무척 비쌉니다. 이런 경우 유상운송용으로 가입을 해야 하는데 최소 연 300~만400만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고, 사고가 나도 형사적인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종합보험의 경우 연 800만~900만원의 돈을 내야 합니다. 이처럼 높은 보험료를 메우기 위해 라이더들은 더 위험하게 운전을 할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사고 위험이 커져 보험료가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높은 보험료는 배달대행료에도 전가됩니다. 배달대행료는 다시 소비자가 먹는 음식가격에 붙습니다. 이처럼 높은 사고율과 보험 문제는 우리나라 배달시장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이 라이더로 일하는 문제, 자영업자들의 마진이 배달앱과 배달대행 수수료로 인해 점차 하락하는 문제 등 배달은 이제 다양한 사회문화와 직접 연결되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배달시장의 문제는 어떻게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영업자나 라이더는 아닙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한 가지 답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을 만들어낸 플랫폼 사업자야말로 가장 잘할 수 있는 당사자라는 생각이 듭니다.
 
배달업체들이 할인을 하는 것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이 이뤄집니다. /사진 제공=요기요

2010년 이후 배달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배달데이터’가 축적되었다는 것입니다. 배달대행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 배달원의 움직임은 단순했습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받아서 정해진 목적지로 가져다주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배달대행으로 배달원이 식당에서 분리되고, 배달 플랫폼의 등장으로 이들의 배달 데이터가 하나하나 기록되면서 배달은 첨단물류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최적의 동선을 짜는 라이더가 돈을 많이 버는 구조인데 축적된 배달 데이터를 바탕으로 라이더에게 최적의 동선을 인공지능이 추천해준다면 어떨까요?

배달앱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달주문에 관한 데이터가 ‘배민’과 ‘요기요’ 같은 업체에 쌓이기 시작하면서 이는 다양한 마케팅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배달앱 회사들은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과 손잡고 대규모 프로모션에 나서기도 합니다.

데이터와 플랫폼을 가진 이 회사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영업자와 라이더, 소비자들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실제 이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면 이들의 노력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세 줄 요약 : 1. 우리집에 치킨을 가져오는 배달원은 치킨집 직원이 아닐 수도 있다.

2. IT가 배달앱과 배달대행을 키웠고 첨단 물류로 바꿔가고 있다.

3. 라이더와 대면영업이 있기 때문에 배달은 그래도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이덕주 기자]